신앙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은 핍박이 아니다. 핍박과 순교는 기름과 같아서 때로는 신앙을 더욱 타오르게 만든다.
가장 두려운 것은 세상과의 타협이며 세속적인 정신이다.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십자가에 달리고 원형 경기장에서 찬송을 부르며 죽어갔던 순교의 시대에 그리스도교는 순결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신앙을 공인받고 온갖 특혜가 주어지자 사정은 달라졌다. 교회는 화려하고 안락해 졌지만 그들의 신앙은 미지근하고 변질되었다. 권력과 결탁하여 음모의 온상이 되었고 반감을 줄이기 위하여 이교의 풍습과 의식을 교회에 받아들였다.
중요한 하나님의 진리는 곡해되고 변경되었다. 요한계시록은 이것을 간음이라 부른다. 음녀는 전형적인 그런 세력이다.
* 요한계시록 14장에서 하나님께서는 세 천사의 기별을 통하여 죄악 세상에 마지막 호소를 하신다. 그리고 끝내“영원한 복음”을 거절하고 적그리스도(짐승)에게 동조하면서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사람들에게는 15장과 16장에서 자비가 섞이지 않은 일곱 재앙이 내린다.
제17장부터는 사단과 사단에게 동조한 세력들이 하나씩 차례로 멸망하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17장에서는 음녀, 18장에서는 바벨론이 멸망하고, 19장에서는 짐승과 거짓 선지자가 잡히며, 20장에서는 드디어 사단이 최후를 맞게 된다.
1. 음녀는 어디에 앉아서 무슨 일을 하였는가?
“또 일곱 대접을 가진 일곱 천사 중 하나가 와서 내게 말하여 가로되 이리 오라 많은 물 위에 앉은 큰 음녀의 받을 심판을 네게 보이리라 땅의 임금들도 그로 더불어 음행하였고 땅에 거하는 자들도 그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 하고”(계 17:1~2).
일곱 천사 중 하나가 와서 말했기 때문에 17장의 사건은 일곱 재앙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한계시록 12장에서는 해를 입은 정숙한 여인이 나오는데 17장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특성을 가진 음녀가 나온다. 12장에 나오는 여인을 우리가 정결한 교회로 해석했기 때문에 17장의 음녀도 타락한 교회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해석하기에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음녀같은 교회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러나 성경에 나오는 말씀이므로 이 음녀의 정체를 추적해 보는 수밖에 없다.
이 큰 음녀는 많은 물 위에 앉았다고 했다. 물은 성경 예언에서 백성과 사람을 의미하므로(계 17:15), 이 음녀를 따르고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는 것을 상징 한다. 땅의 임금들이 이 음녀로 “더불어 음행하였고 땅에 거하는 자들도 그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고 하였으니 이 세력은 정치적인 권력과 결탁할 것이며“ 땅에 거하는 자”곧 그의 추종자들은 음녀가 나누어주는 혼합된 교리에 취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음녀는 강대한 세력을 가졌으나 거짓 교리로 사람들을 미혹하는 마지막 때에 나타날 어떤 강력한 종교적인 세력을 상징하고 있다.
2. 이 여자는 어떻게 치장하고 있는가?
“곧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광야로 가니라 내가 보니 여자가 붉은 빛 짐승을 탔는데 그 짐승의 몸에 참람된 이름들이 가득하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으며 그 여자는 자줏빛과 붉은빛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물건과 그의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더라 그 이마에 이름이 기 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더라”(계 17:3~5).
이 여자는 붉은빛 짐승을 타고 있었는데 그 짐승은 일곱 머리와 열 뿔이 있다. 이 짐승은 우리에게 낯이 익다. 바로 12장에 등장하는 붉은 용과도 모습이 같으며(계 12:3), 13장에 등장하는 첫 번째 짐승(계 13:1)과도 모양이 같은 것이다. 그러나 12장과 13장에 나오는 짐승은 전에 공부한대로 교회와 세속 권력의 연합체인데 비하여 17장의 짐승은 배도한 교회를 상징하는 음녀를 태우고 있기 때문에, 17장은 배도한 교회(음녀)와 국가 권력(짐승)을 분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같은 색깔이다. 짐승이 가지고 있는 일곱 머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곱 머리는 일곱 산이요 일곱 왕이라 하였으니(계 17:9~10), 일곱 머리는 일곱 개의 국가를 의미할 것이다. 짐승을 로마 제국으로 보는 사람들은 일곱 머리를 로마의 일곱 황제로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짐승을 단순히 로마 제국으로만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 다. 또 다른 학자들은 일곱 머리를 역사적으로 하나님의 나라와 그 백성들을 핍박했던 일곱 나라를 의미한다고 본다. 즉 애굽, 앗수르, 바벨론, 페르샤, 헬라, 이교 로마와 교황 로마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요한 당시에 다섯 나라는 망하였고 이교 로마는‘있고’교황 로마는“아직 이르지 아니하였”(계 17:10)다는 해석이 들어맞게 된다.
그러나 다니엘과 요한계시록에 전혀 나오지 않는 애굽과 앗수르를 포함하는 것은 약간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바벨론부터 시작하기도 한다. 즉 요한계시록 17장의 시간을 요한 당시로 보지 말고 마지막 때를 기준으로 보는 방법이다. 천사가 요한에게“큰 음녀의 받을 심판을 네게 보이리라”(계 17:1)고 하여 심판의 장면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미 망한 다섯 머리(계 17:10)는 바벨론, 바사(페르샤), 헬라, 로마 제국, 교황 로마가 되며 여섯째 왕은 상처입은 교황 로마이고, 아직 이르지 않은 일곱 번째 왕은 소생하여 강력하게 된 로마 교황권을 의미하게 된다.
3. 음녀는 무엇으로 자기를 꾸몄는가?
“그 여자는 자줏빛과 붉은빛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 금잔을 가졌는데 가증한 물건과 그의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더라 그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으니 비밀이라, 큰 바벨론이라,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 하였더라 또 내가 보매 이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한지 라 내가 그 여자를 보고 기이히 여기고 크게 기이히 여기니 천사가 가로되 왜 기이히 여기느냐 내가 여자와 그의 탄 바 일곱 머리와 열 뿔 가진 짐승의 비밀을 네게 이르리라”(계 17:4~7).
구체적인 음녀의 모습은 음녀의 정체를 밝히는데 도움을 준다. 자줏 빛과 붉은빛 옷은 그 당시 귀한 옷감으로 부유한 귀족들이나 왕들만 입을 수 있었다. 금과 보석과 진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종교적인 배도 의 세력은 사치스럽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음녀가 가지고 있는 금잔 속에는“가증한 물건과 음행의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것들은 이 종교적인 배도의 세력이 가지고 있는 온갖 비성경적 가르침들과 이교의 풍습들을 말하는 것이다.
음녀의 이마에 이름이 기록되었는데“비밀,”“큰 바벨론,”“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라고 하였다. 요즘 말로 하면 모든 배도와 혼잡한 세력의‘원조’격인 셈이다. 이름은 어떤 존재의 특성을 나타낸다. 세상 정치 권력을 타고 있는 이 배도한 종교 세력은 모든 것이 비밀스러운 베일에 쌓여 있다. 그들이 믿는 것은 은밀하고 혼잡스럽다. 이 여자는 또한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하였다. 이것은 이 세력이 하나님의 성도들을 핍박하고 죽이기까지 할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이 음녀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음녀는 종말에 세속적 권력을 타고 나타날 배도한 종교적 세력이다(worldwide false religious system).
4. 짐승은 어떻게 묘사되었는가?
“네가 본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멸망으로 들어갈 자니 땅에 거하는 자들로서 창세 이후로 생명책에 녹명되지 못한 자들이 이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장차 나올 짐승을 보고 기이히 여기리라 지혜있는 뜻이 여기 있으니 그 일곱 머리는 여자가 앉은 일곱 산이요 또 일곱 왕이라 다섯은 망하였고 하나는 있고 다른 이는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으나 이르면 반드시 잠깐 동안 계속하리라 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어진 짐승은 여덟째 왕이니 일곱 중에 속한 자라 저가 멸망으로 들어가리라”(계 17:8~11).
“전에 있었다가 시방은 없으나 장차 나타” 날 자란 말이 수수께끼처럼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 짐승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방” 즉 지금을 요한 당시로 생각하면 이 짐승은 바벨론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요한 당시 이미 멸망하여 없었지만 종말에 종교적인 혼합 세력 즉 영적 바벨론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능하다. 이 짐승을 탄 음녀의 이마에 바벨론이라고 기록된 것도 이 주장의 한 근거가 된다. 그러나 바벨론이 바벨론을 공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다(계 17:16). “시방”이란 말에 시대적 의미를 두지 말고 문제의 구절을‘있었다가,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날 세력’을 말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보면“전에 있었다가” 의 기간을 이교 로마의 기간으로, “시방 없으나”의 기간을 이교 로마와 교황권의 출현 사이에 있는 짧은 휴지기로, “장차 나올” 기간을 로마 교황권의 기간으로 파악하는 견해도 있다.
다른 주장은“시방”을 마지막 때로 보고 짐승이 로마 교황권의 세속적 권력을 가리킨다는 학설이다.
로마 교황이 1260년 동안이나 세상에 군림하며 성도들을 핍박하였다가 1798년 프랑스 군대에 의해 체포되어 유배됨으로써 마치 무저갱에 갇혀 없는 것처럼 되었고 마 지막 때 화려하게 부활하여 활동할 것이나 결국은 멸망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 해석이 요한계시록 13장 3절에 언급 된“머리 하나가 상하여 죽게 된 것 같더니 그 상처가 나으매 온 땅이 이상히 여겨 따”랐다는 짐승과 일치하여 설득력이 있다.
요한계시록 17장 11절은“전에 있었다가 시방 없으나 다시 돌아올”왕을 여덟째 왕이라고 부른다. 일곱 번째 나라 즉 로마의 이교 사상을 이어받은 로마 교황권은 상처를 받아 잠시 없어진 것처럼 될 것이나 여덟 번째 왕으로 화려하게 부활할 것이다.
5. 짐승의 열 뿔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네가 보던 열 뿔은 열 왕이니 아직 나라를 얻지 못하였으나 다만 짐승으로 더불어 임금처럼 권세를 일시 동안 받으리라 저희가 한 뜻을 가지고 자기의 능력과 권세를 짐승에게 주더라”(계 17:12~13).
시간의 기준을 심판의 때로 보면, 여기서 열 나라란 마지막 때 세상의 여러 나라들을 상징하는 말이다. 그들은 아직 왕으로서의 무소불위의 권세를 충분히 누리고 있지 못하지만 로마 교황에게 세속적인 힘을 몰아줄 것이고 무소불위의 권세를 부리도록 도와 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들도 일시적으로 강력한 세력으로 교황권과 함께 성도들을 핍박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6. 두 개의 전쟁은 무엇인가?
“저희가 어린양으로 더불어 싸우려니와 어린양은 만주의 주시요 만왕의 왕이시므로 저희를 이기실 터이요 또 그와 함께 있는 자들 곧 부르심을 입고 빼내심을 얻고 진실한 자들은 이기리로다 또 천사가 내게 말하되 네가 본 바 음녀의 앉은 물은 백성과 무리와 열국과 방언들이니라 네가 본 바 이 열 뿔과 짐승이 음녀를 미워하여 망하게 하고 벌거벗게 하고 그 살을 먹고 불로 아주 사르리라 하나님이 자기 뜻대로 할 마음을 저희에게 주사 한 뜻을 이루게 하시고 저희 나라를 그 짐승에게 주게 하시되 하나님 말씀이 응하기까지 하심이니라 또 네가 본 바 여자는 땅의 임금들을 다스리는 큰 성이라 하더라”(계 17:14~18).
두 개의 전쟁이 묘사되어 있다. 첫째는 짐승과 열국이 합동하여 어린 양과 더불어 싸우는 것이다. 어린양은 예수 그리스도를 대표하는 것이므로 어린양과 싸운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참된 교회나 하나님 의 계명에 순종하는 그리스도인들을 핍박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들은 만왕의 왕과 싸워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하나의 전쟁은 짐승과 열 뿔이 음녀를 미워하여 멸망하게 하는 것이다. 음녀가 짐승을 탔으며 짐승과 열 뿔들은 공생하였으므로 다 같은 종류의 세력인데 왜 싸움이 벌어졌는가? 지금까지 그들은 음녀와 음행을 즐겼고 그 포도주에 취했었는데 왜 적대하게 되었는가?
요한계시록 12장과 13장에서 우리는 짐승을 정치적 권력을 업은 배도한 종교적 세력으로 통합하여 해석했다. 중세사는 교회사였으며 지금도 교회와 국가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장은 짐승의 모습을 좀 더 세분하여 짐승(정치적 세력)과 그 짐승을 타고 있는 음녀(종교적 세력)로 구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열 뿔과 짐승이 음녀를 공격하는 것은 마지막 때 그리스도와 그를 믿는 신실한 성도들이 승리하는 것과 일곱 재앙들이 자기들에게 내리는 것을 보면서 지금까지 음녀에게 속아서 이용당했다는 것을 각 나라들이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세상의 권력들이 거대한 종교 연합 세력에 등을 돌리고 마침내 바벨론인 음녀는 모든 세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명상할 문제
마지막 시대에는 음녀로 표상되는 정치 권력을 타고 있는 종교 세력이 하나님의 진리를 흐리며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다시 한번 핍박을 가할 것이다. 그 음녀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했다는 말이 그것을 증거한다. 그래서 우리는 음녀의 정체를 예의 주시하며 마지막 사건들이 전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큰 음녀와 더불어 배도의 길을 갈 때 나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해야 하나님 편에 굳게 설 수 있을까?